게시판 뷰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둘째날 오프닝나이트 감상후기
첨부파일
작성일
2021.08.30


어제는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오프닝 나이트 공연이었는데, 특히나 제가 관심있어하는 실내악 공연이라서 부랴부랴 예매하고 갔습니다. 실내악 단체의 연주가 아닌, 솔리스트로써 각각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솔로 연주, 듀오, 트리오, 쿼텟, 퀸텟까지의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실내악 연주 구성이었습니다.

 

피아노 : 조재혁

바이올린 : 이지혜, 김덕우

비올라 : 서수민(이한나로 예정되어 있다가 서수민으로 바뀜)

첼로 : 송영훈

 

인트로는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바흐의 평균율로 담백하게 시작하면서 이지혜 바이올리니스트와 조재혁의 베토벤 바소 1번 연주로 이어졌어요. 서구구민회관은 음악전용홀이 아닌, 구민행사를 위한 다목적홀이라서 특히 바이올린 사운드가 피아노에 묻혀서 많이 빈약하게 들려서 연주홀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피아노는 워낙 악기자체의 소리의 볼륨감이 크기도 하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같은 경우에는 피아노가 바이올린을 서포트 하는 반주라기 보다는, 거의 동급의 스케일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피아노 소리에 바이올린이 묻히는 거 같아서 여러 모로 많이 아쉬웠어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듀오 연주 이후에 멘델스존 트리오 버젼으로 들어가니, 그나마 첼로가 함께하니, 현의 풍부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한결 나았습니다. 하지만 챔버 뮤직은 역시나 소규모 공간이나 공명이 잘 되는 공간에서 들어야 더 좋은 거 같기는 해요.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서는 드보르작의 현악 사중주인 아메리칸으로 이어졌는데, 체코의 민족음악가라는 드보르작답게 민속풍이면서 이국적이고 미국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 특히나 곡의 인트로를 비올라가 끌고간다는 것도 신선했고, 전반적으로 스피디하고 빠르게 흐르는 악상이 생기넘치고 즐거운 곡이였어요. 제가 운좋게도 앞좌석을 예매할 수 있어서 지휘자가 따로 없는 실내악 구성에서 연주자들끼리 서로 눈빛 교환하면서 서로를 맞춰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어서 또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나 피아노가 합세하는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로 역시나 비슷한 드보르작 특유의 민속적이면서 이국적인 분위기의 플로우로 진행되는 곡이였습니다. 사실 드보르작 실내악을 잘 몰랐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되었어요.

조직된 실내악단은 아니지만, 역량있는 솔리스트들이 함께 한 무대라서 완성도도 좋았고, 실내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특히나 실내악단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도 구성되기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도 참 어렵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무대였으나, 역시나 공연홀이 여러가지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서구 구민회관은 지어진지가 오래된 장소인듯 한데, 앞으로 공연 유치와 더 좋은 사운드를 위해서 기존의 아날로그적 공간의 느낌을 살리면서 음악 감상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공간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욕심도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유럽에 처음 갔을 때 특히 숙소에 들어갔을때, 엘리베이터나 방이나 모든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낡아서 꽤 놀랬는데, 외국이면 우리나라보다 더 모던하고 멋질꺼 같다는 생각에 의외성에 더 놀랬는데, 올드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고집하는 그들은 쉽게 낡은 것들이나 옛것을 때려부수지도, 새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도 않는 문화여서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옛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을 잃지 않는 유럽문화처럼, 모던하고 멋진 공연장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면서도 앞으로도 문화적으로 발전할 도시의 가치와 퀄리티를 담아서 음악이 주는 소소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지역사회의 편안한 공연장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 하루 전날에도 예매자리가 많이 남아있어서 우려스러웠지만, 덕분에 맨 앞열에서 연주자들 양말 색깔, 구두까지 보고, 서로의 눈빛 교환과 호흡의 교류까지 느낄 수 있어서, 저는 오히려 유명하고 인파가 몰리고 예매조차도 힘든 공연보다는 이런 프라이빗한 느낌의 공연이 주는 만족감을 더 좋아하기도 해서 지역사회 음악회 축제들이 좀 더 완성도 있게 잘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바로가기